웃다보면 슬퍼지는 현실 보여

[ 시티저널 신유진 기자 ] 웃기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풍자 연극이 제 시대를 만났다.

배꼽잡게 웃기지만 가볍지 않은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포복절도할 코미디 연극들이 곳곳에서 관객들을 맞이 하고 있다.

▲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지는 연극 마르고 닳도록.
먼저 극단 차이무는 13일부터 15일까지 대전 문화예술의전당 앙상블 홀에서 애국가 저작권을 둘러싼 스페인 마피아들의 좌충우돌 코믹 사기극, 연극 '마르고 닳도록'을 펼친다.

이 공연은 2000년 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베스트3', 한국연극협회의 '올해의 연출상', 제37회 백상예술대상 작품상·희곡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췄다는 평을 받았다.

공연은 13일 오후 7시 30분, 14일 오후 3시, 오후 7시, 15일 오후 3시에 펼쳐진다.

또 2시간 동안 쉴 틈을 주지 않고 관객들을 웃음 바다로 초대한다.

이 작품은 1965년 안익태 선생이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사망하자 마요르카의 마피아들이 애국가의 저작권료를 요구하며 한국에 온다는 기발한 발상에 기초했다.

이에 1965년부터 2001년까지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웃음과 풍자로 되돌아 볼 수 있다.

작품은 스페인 마피아들이 애국가 저작권료를 위해 자신들과 전혀 상관없는 새마을운동과 10.26사건,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 한국의 현대사를 온 몸으로 겪으며 군사정부와 문민정부의 틈에서 '마르고 닳도록'애쓴다는 내용이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웃음과 울음에 함께 울고 웃으며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2시간 동안 시원하게 날릴 수 있다.

이번 공연은 한국 희곡의 거장 이강백과 코미디 명가 차이무의 최강 케미스트리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이번 공연은 드라마 골든타임의 이성민, 추노 이대연, 해를 품은 달 김승욱 등 화려한 출연진이 준비하고 있어 더욱 기대가 된다.

특히 대한민국의 현재를 코미디로 풀어내 전혀 관계없는 외국인을 통해 어처구니 없는 한국의 현대사를 주관적이면서도 객관적으로 다룬다.

그 안에는 웃고 있지만 날카로운 작가 의식이 담겨 있어 옛 사건을 통해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다.

민복기 연출은 "역사는 반복된다. 단순히 과거의 일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현재와 미래까지 내다보는 시선을 갖고 있다"며 "그렇게 때문에 관객분들도 작품을 보며 많이 웃고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소극장 핫도그에서 펼쳐지는 연극 슬픈 대호.

이어 소극장 핫도그에서는 오는 22일까지 극단 홍시의 2014 정기공연 '슬픈 대호'가 펼쳐진다.

연극 슬픈대호는 진짜 웃기고 자빠지고 있는 이야기로 언제가 어디선가 보고 들었던 것 같은 낯익은 이야기로 구성했다.

그러나 새롭게 다가와서 웃다 지쳐 쓰러지게 만드는 웃기고도 슬픈 두 사람의 이야기 슬픈 대호는 흔하지 않은 일이 당연한 일 같고 당연하지 않은 것이 그럴듯하게 펼쳐진다.

이 작품은 그렇게 당연하지 않은 일로 웃다가 지치면 그럴 듯해서 슬퍼진다.

슬픈 대호는 소시민들이 불행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와 불행한 선택을 하도록 몰아간 사회 이기주의 현실을 풍자했다.

멀티맨으로 등장하는 일인 다역을 통해 기자는 특종을 위한 사건 확대를, 경찰은 승진을 우선시한 회유를 생각하며 이야기를 엮어간다.

심대호와 강대호는 살기 위해 발버둥 친다.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을 보며 국가와 정치인, 주위 사람들은 이런 대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도 있다.

사건과 상황, 언어적 유희로 사회를 풍자하지만 무거운 주제와는 달리 작품은 경쾌하고 코믹하게 진행된다.

연극 '슬픈대호'는 시인 노천명의 시 '사슴'을 연상시킨다. 연약한 소시민의 인생을 소박하고 소심하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은 정글의 법칙을 들이 대며 짓밟고 또 다른 희생을 요구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도 모르면서 그저 돌아가고픈 인생막장들의 웃기고 자빠지고 있는 그 처절한 몸부림은 누가 누구를 잘못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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