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버리게 하는 짜릿한 손맛

▲ 대전시 서구청 낚시동호회 회원들이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 시티저널 신유진 기자 ] "직원들과 친목도 도모하고, 취미생활을 하면서 생태계도 보호할 수 있어 좋아요"

"누구의 간섭없이 조용히 나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충남 예산에 위치한 예당저수지, 우리나라 저수지 중 가장 큰 곳으로 알려진 이곳에 묵언수행을 하듯 조용히 세월을 낚으며 하염없이 물 속의 찌를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저수지는 물에서 자라는 나무와 물 위에 동동 떠 있는 낚시 방갈로가 어울러져 진기한 풍경이 연출한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고요해 지는 풍경 속에 낚시대를 드리대 놓고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하고 있는 이들은 바로 대전시 서구청 낚시동호회 회원들이다.

▲ 대전시 서구청 낚시동호회 회원들.
대전시 서구청 낚시동호회는 다른 공공기관에서는 보기 드문 특별한 동호회로 낚시를 하며 직원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동호회는 지난 2004년에 설립, 올해로 벌써 9년째 활동중이며 총 47여명의 구청 공무원들이 가입해 함께 하고 있다.

회원들은 모두 남성으로 매월 3째주 토요일 오후에 출발해 일요일 오전에 집으로 오는 1박 2일 코스로 활동하는데 한번 출조를 나갈때마다 15~3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참여율이 높다.

정기모임은 겨울과 여름 7.8월을 제외한 3월부터 시작해 11월까지 진행하며 회원들의 의견에 따라 월별로 민물낚시와 바다 낚시를 정해 떠나고 있다.

▲ 동호회 회원들이 잡은 물고기.
특히 낚시하기 좋은 봄인 3.4.5월에 집중적으로 나가 낚시를 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예당저수지와 초평저수지, 일반수로지 등에서 세월을 낚았다.

공무원 특성상 산불보호 등 봄철에는 주말에도 근무를 하는 날이 많아 모임을 자주 할 수 없지만 낚시를 정말 좋아하는 회원들은 매주 낚시를 하러 갈 정도로 낚시 매력에 푹 빠져 있다.

회원들에 따르면 예전의 낚시는 노인이나 기인들의 소일거리로서 여유롭게 즐기는 낚시였다면 요즘은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적극적인 낚시로 변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동네 냇가에서 어설픈 낚시채비로도 쉽게 고기를 잡을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정교함이 따르지 않으면 물고기를 잡기 어렵다는 것.

게다가 최근에는 각종 환경오염의 영향과 외래종 증가로 장비를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며 대어를 낚을 수 없다고 한다.

낚시의 가장 좋은 점은 바로 '손맛'으로 오랜 시간 나 자신과 싸워 기다린 끝에 느끼는 그 짜릿한 손맛은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는 희열로 스트레스가 확 날라간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았다.

또 물고기를 기다리는 동안은 나 자신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마음 한 구석에 있던 고민을 꺼내 생각하다 보면 해결점이 보이고, 고요한 밤 동료들과 도란도란 대화를 하다 보면 시름이 덜해 진다.

▲ 대전시 서구청 낚시동호회 회원이 잡은 물고기를 잡고 사진을 찍고 있다.

총무를 맡고 있는 이광준씨는 "1박2일 코스로 진행해 같이 밥도 먹고 잠도 자고 낚시를 하면서 우애가 깊어져 처음 들어와 활동하는 회원도 2~3년씩 알고 지낸 사람처럼 금새 친해진다"며 "내가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함께 해서 좋고, 얼굴만 봐도 통하는 사이로 서로 격려하고 밤에 낚시를 하면서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회원들간 이벤트도 실시, 작은 경품 등을 걸어 큰 물고기를 잡은 회원에게 선물을 하는 등 재미를 주고 있다"며 "잡은 물고기는 음식도 해 먹고, 나눠먹고, 약도 해 먹는 등 활용도가 많다"고 전했다.

회원들이 낚시를 하면서 실천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욕심버리기'와 '환경정화'로 회원들은 동호회 설립 목적에 따라 4치(12센티)이하의 물고기를 잡았을 때는 놓아주고, 4치 이상이더라도 1마리를 잡았을 때는 방류한다.

▲ 잡은 물고기를 놓아주고 있는 모습.
잡은 물고기도 자신이 직접 먹기보다는 대부분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선물을 해 주는 것으로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부탁으로 '붕어'를 잡아 다 준 적도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일요일 오전 낚시를 마치면 30분 동안 자기 주변을 정리해 왔다간 흔적이 없도록 하고 관리가 덜 되는 작은 저수지 등은 저수지 주변을 한바퀴 돌면서 남이 버린 쓰레기 까지 줍는다.

주운 쓰레기도 저수지에 버리지 않고, 차에 실어 구청으로 가져와 분리수거를 해 처리하고 있다.

이유는 저수지에 모아 두면 다른 사람들이 또 버려 주변이 더 지져분 해 지기 때문이란다.

자신의 취미를 하면서 동료들과 친목을 도모하고 환경까지 생각해 하며 베푸는 삶을 살고 있는 대전시 서구청 동호회 회원들.

낚시동호회 조경구 회장은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낚시를 하면 모든 잡념이 사라진다는 것을 안다. 찌만 보고 있으면 잡념이 사라지고 아침에 물 안개 피어오를때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고요해 진다"며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다보니 단합도 잘되고 있다. 개인 생활과 재정여건 등으로 자주 모이기 어렵지만 여러가지 방법을 강구해서 앞으로는 자주 모임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