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 의회 통과 조례에 거부권…민주당 일색 의회 면박 망신

[ 시티저널 허송빈 기자 ] 허태정 대전시장이 대의 기관인 대전시의회에서 시 산하 공사·공단의 사장의 연봉을 제한하는 조례, 일명 살찐 고양이법에 거부권을 행사해 의회와 대립 국면에 돌입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14일 허 시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제한적으로 연봉을 결정하면 좋은 분을 모시는데 별 도움이 안 되고, 전체적 균형을 고려해 연봉을 책정하는 시장의 권한 문제도 있다"며 "적정 연봉을 보장해야 좋은 분을 모실 수 있어 과도하게 연봉을 높게 책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기준대로 움직이자는 것"이라고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를 밝혔다.

이보다 앞서 시 의회는 지난 달  21일 더불어민주당 이종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전시 공공 기관 임원 보수 기관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다. 이 조례에는 이 의원과 14명의 시 의원이 함께 발의했다.

조례는 지방 공기업과 출자·출연 기관 등 공공 기관의 장 연봉을 최저 임금 기준 5.5배, 임원 연봉을 5배 이내로 상한선을 두자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번에 의회를 통과한 조례에 지난 해 고시한 최저 임금 기준 시급 8350원을 주 40시간 근무로 계산하면 월 174만 5150원이다.

이를 공공 기관장의 월급으로 환산해 보면 상한선은 약 960만원, 연봉 기준으로 1억 1520만원에 수준이다.

높은 연봉을 받는 기관장이 더 능력이 있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시작한 허 시장의 거부권 행사 견해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지방 선거 직후 논란을 불러 온 것 가운데 하나가 시 산하 공사·공단장 임명이다. 능력 보다는 정치적 이해 관계와 코드 인사, 심지어는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을 받는 경우도 있다.

허 시장이 산하 공사·공단장 연봉 제한에 거부권이라는 제동을 건 것은 자신이 임명한 산하 기관장의 연봉을 더 챙겨 주려는 의도로 받아 들여 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 한다.

내정자 신분에서 철저하게 능력을 검증하기 보다는 많은 연봉으로 능력을 포장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허 시장은 김재혁 정무 부시장을 내정하면서 경제 전문가로 소개했지만, 김 부시장이 자신은 경제 전문가는 아니라고 선을 그엇던 전력이 있다.

특히 허 시장은 연봉을 많이 지급하려면 산하 기관장 임명에 투명성을 확보하고, 능력 검증에 보완 장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은 무시했다.

정말 일을 하겠다면 연봉과 상관 없이 기관장에 취임한 경우도 있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강원 정보 문화 진흥원 원장에 2016년 취임한 정용기 원장은 월 100원, 연봉 1200원의 놀라운 선택을 했다.

또 해외 유수 기업 CEO 가운데 1달러 연봉을 받는 이도 적지 않다. 이들은 기업 실적에 따라 스톡 옵션과 인센티브 등으로 연봉을 뛰어 넘는 금액을 챙긴다.

많은 스톡 옵션과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기업은 성과를 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수단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조례에 제동이 걸린 의회의 책임도 있다.

그동안 시 산하 기관장 인사 청문회에서 보여 준 의회의 수준은 집행부 거수기 정도에 불과해 의회 스스로 산하 기관장의 능력과 자리에 맞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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