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장수사진 찍어드리는 효자 동호회

[ 시티저널 신유진 기자 ] "아버님~~ 어머님~~ 여기 보시구요~~ 하나~ 둘~ 셋~~~ 찰칵~!"

대전 동구 한 주민센터에 고운 한복과 양복 등을 차려입은 어르신들 40~50여명이 줄지어 서 있다.

어르신들이 이곳에 찾은 이유는 바로 '장수사진(영정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어르신들이 장수사진을 '사진관'이 아닌 주민센터에서 찍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대전동구청 사진동호회 회원들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대전 동구청 사진동호회는 5년전 부터 매년 각 동을 찾아다니며 어르신들에게 장수사진을 촬영해 주고 있다.

거동 등이 불편하고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 가는 것인데 지금까지 대청동, 성남동, 삼성동, 노인요양시설 등에서 약 500여명에 달하는 어르신들의 장수사진을 찍었다.
 

▲ 대전 동구청 사진동호회가 주민센터를 방문, 어르신의 장수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동구청 사진동호회는 사진에 관심이 있던 직원들끼리 서로 친목을 도목하기 위해 지난 1996년 10월 6일에 창립했다.

회원들은 한달에 한번 산과 들, 바다 등으로 정기 출사를 나가고 축제 현장 등 행사가 있을 때도 사진을 찍으며 활동한다.

찍은 사진들은 매년 12월쯤 대전역 지하철 입구에서 전시를 했었고, 지난해에는 동구청 신축를 기념해 신청사 내에서 전시를 했는데 구민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5년전부터는 자신이 가진 재주를 사회에 환원 하자는 뜻이 모아져 각 동주민센터 복지만두레와 협력, 장수사진을 무료로 촬영해 주고 있는데 어르신들의 반응이 참 좋다고 한다.
 

▲ 대전 동구청 사진동호회 회원들이 대전역에서 사진전시회를 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총무를 맡고 있는 고찬구씨는 "3년전부터 동호회에 들어와 함께 하고 있는데 취미 생활인 사진활동을 봉사와 함께 할 수 있어 좋다"며 "집에서도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쳐 주면서 사진을 더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윤상 부회장은 "장수사진이 영정사진이다 보니 어르신들이 자식들에게 사진 찍으러 가자는 말을 잘 못하시고, 자식들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해 사진이 없는 분들이 많다"며 "주민센터에서 신청을 받아 찍고 있는데 한번에 40여명에서 많게는 80여명까지 오신적이 있다. 어르신 중에서는 이미 영정사진이 있지만 젊었을 때 모습이라 다시 찍고자 하시는 분들도 계셨다"고 전했다.

어르신들이 또 좋아하는 이유는 무료이기도 하지만 사진관에서 찍는 것 만큼이나 사진들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조명과 카메라 등 사진관과 흡사한 환경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 주민센터를 찾고 있다.

또 회원중에서는 이권희씨, 채병권씨, 한광오씨, 전희원씨, 길공섭씨 등이 한국사진작가 협회에 정회원으로 등록하는 등 실력이 출중한 회원들이 많다.
 

▲ 어르신들 장수사진 찍어주는 대전 동구청 사진동호회 회원들.

이에 사진관처럼 수정까지 가능해 어르신들이 원하는 모습 그대로를 담아낸다.

어르신들은 '사진이 언제 나오느냐, 어떻게 찍혔는지 보여 달라'할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보내고 사진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흐뭇하다고 말하는 동구청 사진동호회 회원들.

회원들은 장수사진과 함께 다문화 가족과 기초생활수급자 가족 등을 위한 '가족사진'도 종종 찍어주고 있다.

요즘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가족사진'을 가져오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주민들을 만나 보니 가족사진이 없어 애를 태우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 자원봉사 박람회에 참여한 대전 동구청 사진동호회 회원들

사진과 함께 그들의 어려움을 듣고 지역 행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대전 동구청 사진동호회.

자신의 시간을 내 봉사를 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이권희 회장은 "일년에 많아야 서너번 하는 행사로, 전혀 힘들지 않고 회원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며 "회원중에는 초등학교 때 스승님을 30여년 만에 만나 서로 알아보고 사진을 찍어 드린 일도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참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막상 자신들의 부모님 사진은 못 찍어 드렸지만 작은 기술로 주민들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어 좋고, 더 많이 찍어 드리고 싶은데 예산이 넉넉치 않아 아쉬움이 있다"며 "최근에는 자원봉사 단체도 함께 연계해 지원을 받고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 행복한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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